1. 줄거리
‘미드소마(Midsommar)’는 정말 보기 드문 타입의 공포영화예요. 이 영화는 한마디로 ‘대낮의 공포’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 공포영화가 어둠 속에서 벌어지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눈부시게 밝은 스웨덴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해가 지지 않는 축제 속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충격적인 이야기예요. 주인공 대니(플로렌스 퓨)는 가족을 잃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예요. 그런 대니는 남자친구 크리스티안과 그 친구들의 스웨덴 여행에 합류하게 되는데, 목적지는 친구 펠레의 고향인 외딴 공동체 ‘호르가’ 마을. 이곳에서는 90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드소마 축제’가 한창이에요. 처음엔 꽃과 노래, 흰 옷을 입은 사람들, 햇살 가득한 자연 속에서의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는데, 축제가 점점 진행될수록 이 공동체의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자살 의식을 미화하고, 타인을 제물로 바치고, 낯선 이방인들에게 점점 섬뜩한 시선이 쏟아지죠. 결국 친구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대니는 점점 이 공동체에 녹아들기 시작해요. 이 영화는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슬픔, 관계의 해체, 상실감이 겹쳐진 심리적 이야기예요. 특히 대니라는 캐릭터가 겪는 감정의 변화가 가장 큰 축을 이뤄요. 처음엔 완전히 외부인이었던 그녀가 점점 그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은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요. 화려한 색감과 낮의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의식들이 오히려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정말 독특한 공포영화입니다.
2. 개봉 당시 평론가 평과 관객 반응
‘미드소마’는 개봉하자마자 호불호가 정말 강하게 갈렸던 영화 중 하나예요.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예술성과 공포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영화”라며 찬사를 보냈지만,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는 “너무 이상하다”, “답답하다”, “이게 공포영화 맞나?”라는 반응도 많았죠. 하지만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에요. 이 영화는 기존의 공포영화 공식에서 벗어나 있거든요. 귀신도 없고, 잔인한 슬래셔도 아니고, 오히려 불안한 분위기와 끊임없는 시각적 압박이 핵심이에요. 평론가들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연출력이 진화했다는 평가를 내렸고, ‘유전’보다 더 대담하고 철학적이라는 말도 나왔어요. 특히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압도적이었어요. 그녀가 연기한 대니는 극 중에서 불안과 공허, 분노와 해방을 모두 경험하는데, 그 감정선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끌고 가서 많은 이들이 그녀의 연기에 몰입했죠. 관객 평 중에선 “보다가 멍해졌다”, “끝나고 숨이 안 쉬어졌다” 같은 극단적인 후기들도 많았어요. 반면, 이야기가 너무 불친절하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인물들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다거나, 장면 전환이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는 영화가 일종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연출이라 볼 수도 있어요. 결국 ‘미드소마’는 단순한 공포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표현력을 실험적으로 끌어낸 도전적인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재평가를 받는 중이죠.
3. 흥행 및 작품성
‘미드소마’는 북미 기준으로 약 2천7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제작비(약 900만 달러)의 세 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어요. 전 세계 누적 수익은 4천8백만 달러가 넘었고요. 아트하우스 호러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성공적인 결과예요. 흥행 외에도 이 영화는 ‘작품성’ 측면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이라는 시간대예요.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것과 달리, ‘미드소마’는 온통 햇살이 가득한 공간에서 극단적인 공포를 그려요. 그래서 더 불편하고 낯설어요. 꽃과 초원, 노란색과 하얀색이 가득한 화면은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은 끔찍하죠. 이런 아이러니한 미장센은 관객의 심리를 뒤흔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요. 또한, 영화 내내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와 이방인의 시선은 이 작품을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문화적 공포’로 끌어올렸어요. 등장인물들이 마주하는 낯선 풍습과 강요된 순응은 우리 일상과도 묘하게 겹쳐지면서 묘한 불쾌감을 남깁니다.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대니는 영화의 중심이자 감정선 전체를 끌고 가는 캐릭터로, 특히 마지막 ‘꽃의 여왕’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예요.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말하려던 주제가 압축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미드소마’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 감정, 관계, 정체성의 붕괴를 다룬 철학적인 심리극이에요. 보는 내내 불편하고 괴롭지만, 끝나고 나면 오래도록 생각나게 만드는 아주 묘한 힘이 있어요.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인상 깊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