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정보 및 줄거리
‘스플라이스(Splice)’는 2009년에 개봉한 캐나다·프랑스 합작 SF 스릴러로, ‘큐브’로 잘 알려진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작품입니다. 인간의 욕망과 과학의 윤리적 경계를 주제로 삼은 이 영화는, 단순한 괴생명체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이 만든 창조물’과의 관계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두 천재 생명공학자 클라이브(애드리언 브로디 분)와 엘사(사라 폴리 분)가 기업의 상업적 실험을 넘어서 인간 DNA를 조합하는 금기된 실험을 단독으로 감행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비밀리에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혼합해 새로운 생명체 ‘드렌(Dren)’을 탄생시키는데, 드렌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인간의 지능뿐 아니라 감정과 욕망까지 갖게 됩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그저 실험체로 다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억압하려는 과학자들과 갈등을 겪고, 점차 통제 불가능한 존재로 진화합니다. 특히 드렌이 클라이브와 감정적, 신체적으로 얽히면서 엘사와의 관계도 붕괴되기 시작하고, 이 모든 결과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대가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영화는 과학이 인간의 이기심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심오하게 전달하며, 공포, 윤리,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스토리라인을 보여줍니다. 결말은 충격적이고 논쟁적인데, 단순한 괴수물 이상의 철학적 여운을 남깁니다.
신선한 소재와 스토리
‘스플라이스’는 기존 SF 장르에서 흔히 다루는 유전자 실험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은 매우 이례적이고 도발적입니다. 영화는 유전공학이 발전한 세계에서 인간이 ‘신의 역할’을 자처하며 생명을 창조하려는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드렌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돌연변이 생명체가 아니라,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과 정체성 혼란, 그리고 본능적인 분노를 동시에 지닌 ‘진화형 인간’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나지만 남성적 기관도 가지고 있으며, 성장 후에는 성적 정체성과 주체성을 모두 갖추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지 공포 요소를 넘어서 성과 젠더, 권력의 문제까지 상징적으로 비유합니다. 특히 엘사와 드렌의 관계는 단순히 과학자와 피실험체의 관계를 넘어, ‘창조자이자 어머니’와 ‘피조물이자 딸’이라는 복잡한 감정선으로 연결되며, 영화의 중반 이후에는 이 둘의 갈등이 극도로 심화됩니다. 반면 클라이브와 드렌 사이에는 과학자와 피실험체를 넘은 심리적, 육체적 관계가 형성되며 극적 충돌을 일으키고, 이 모든 갈등은 윤리적 한계를 시험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스플라이스’는 충격적인 전개와 함께 인간의 책임, 도덕, 관계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흔한 공상과학 영화의 한계를 넘어서, 진지한 주제를 파고드는 깊이 있는 스토리 구조가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입니다.
관전 포인트
‘스플라이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반드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드렌’이라는 생명체의 캐릭터 설정입니다. 드렌은 시각적으로 이질적인 외형을 갖고 있으면서도, 눈빛과 몸짓, 감정 표현은 매우 인간적입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그녀에게 공포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며 복합적인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괴물이 아닌, 창조된 존재가 인간의 틀을 넘어섰을 때 어떤 윤리적 책임이 필요한지를 묻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둘째는 클라이브와 엘사라는 두 주인공의 내면입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냉철한 과학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과학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신의 욕망과 성공을 쫓는 인물들입니다. 엘사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드렌에게 모성애와 억압을 동시에 드러내며, 클라이브는 도덕적 경계선을 넘는 행동으로 인해 파국의 서사를 이끌어냅니다. 셋째는 영화의 비주얼과 사운드입니다. CG와 특수 분장은 드렌의 성장과 변이를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사운드트랙과 조명, 배경음악이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결말부에 드러나는 반전과 충격적인 전개는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괴생명체 영화라는 인식을 뒤엎게 만들며, 관람 후 깊은 여운과 해석을 유도합니다. 영화는 질문합니다. 인간은 정말로 ‘창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스플라이스’는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한 편의 영화가 얼마나 복합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