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 및 줄거리
《옥수역 귀신》은 2023년 여름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로,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전설의 지하철 괴담”**을 영화화한 작품이에요. 2009년 웹툰 플랫폼 ‘다음 만화 속세상’을 통해 연재된 **호랑 작가의 단편 공포 웹툰 ‘옥수역 귀신’**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그 웹툰을 본 세대라면 지금도 잊기 어려운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실 거예요. 영화는 그 무섭고도 슬픈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미스터리 스릴러의 요소까지 가미했어요. 줄거리는 이런 식으로 전개됩니다. 사회초년생이자 경찰대 졸업 후 1년 차 순경인 ‘나영’(김보라)이 실종된 여성을 찾는 과정에서 옥수역의 의문의 신고와 맞닥뜨리면서 시작돼요. “옥수역 벤치에 어떤 여자가 혼자 앉아 있어요. 그런데… 이상해요.”라는 신고가 들어오고, 나영은 현장을 찾지만, 당연히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죠. 하지만 이상한 건 그때부터예요. 이후 나영의 주변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실종자의 흔적은 점점 기이한 방향으로 향하면서 ‘옥수역’에 얽힌 과거와 한 여자의 죽음, 그리고 그녀가 남긴 복수의 흔적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단순히 무서운 장면만으로 공포를 유도하지 않아요. 도심 속 외딴 공간인 지하철역의 특성과 함께, 감정적 서사까지 섬세하게 끌고 가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요. 인간의 무관심과 방관이 만들어낸 비극, 그리고 그로 인한 ‘귀신’의 출현은 단순히 으스스한 괴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하죠. 이 영화는 “그때 그냥 지나친 내가… 그녀를 살릴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끝까지 관객의 죄책감을 자극합니다.
2. 영화 등장 인물
‘옥수역 귀신’의 중심은 단연 **나영 역의 김보라**예요.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에 보여줬던 섬세하고 여린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공포와 인간적인 감정 사이를 오가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어요. 나영은 극 중에서 막 경찰 생활을 시작한 인물로, 세상 물정도 모르고, 정의감은 충만하지만 경험은 부족한 인물이에요. 그런 그녀가 이상한 실종 사건을 맡게 되면서 점점 눈앞의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고, 급기야 자신이 믿던 것조차 의심하게 되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요. 김보라 배우 특유의 몰입력 덕분에 관객은 나영이 느끼는 혼란과 공포를 함께 체감하게 돼요. 그리고 극 중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실종 여성 ‘소정’**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처음에는 단순한 피해자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의 과거와 죽음에 얽힌 복잡한 사연들이 드러나고, 그 배경 속엔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수많은 문제들이 담겨 있어요. 소정은 단순히 ‘귀신’이 아니라, 어쩌면 이 사회의 희생양이자 대변자 같은 존재죠. 그녀를 연기한 **주예림 배우**는 말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눈빛과 표정만으로 공포와 슬픔, 분노를 다 보여줍니다. 또한 나영과 함께 사건을 쫓는 상사, 형사 ‘동석’(배우 신재휘)은 초반에는 냉소적인 현실주의자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묵직한 내면과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며 관객의 감정을 자극해요. 전형적인 ‘형사 조력자’가 아니라, 나영과 함께 사건을 통해 성장해 가는 인물로 묘사되죠. 이처럼 ‘옥수역 귀신’의 인물들은 공포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도구적인 인물이 아니에요. 각각의 감정과 과거, 선택의 이유가 다 드러나고, 캐릭터 간의 서사적 연결도 꽤 탄탄해서 몰입도가 높아요. 그래서 공포 장면이 아니라, 인물들이 고통을 마주할 때 관객이 더 오싹하게 느껴지죠. 이게 바로 이 영화가 ‘심리적 공포’로 평가받는 이유기도 해요.
3. 작품성과 흥행성
《옥수역 귀신》은 상업적인 기대작은 아니었지만, 공포영화 마니아층과 원작 웹툰 팬들 사이에선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있었어요. 특히 “웹툰 원작 영화는 대부분 아쉽다”는 편견을 꽤 해소해 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고, 실제로 개봉 직후 **공포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의미 있는 흥행을 기록했어요. 작품성 면에서는 무엇보다도 **‘도시 괴담’이라는 한국적 정서**를 잘 살려낸 점이 돋보여요. 지하철이라는 익숙한 공간, 혼자 앉아 있는 여자,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감. 이런 소재들은 단순히 무서운 장면이 아니라 관객의 내면을 파고드는 불안으로 작용해요. 또한 연출 방식도 기존 공포영화와 다르게, 시끄러운 사운드 효과나 피 튀기는 장면 없이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묘사해요. 대신 긴 침묵, 빈 공간, 뒷모습의 인물 등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덕분에 관객은 끊임없이 긴장한 채 영화를 따라가게 되죠. 영화 속 CG는 최소화했고, 미술과 조명, 로케이션의 활용이 탁월했어요. 실제 옥수역과 흡사한 공간감을 활용해서 “저기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그 벤치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공포가 현실로 확장되죠. 또한 스토리 중반 이후부터는 미스터리 구조가 강해지면서 일반 스릴러 관객층까지 흡수했다는 평도 많았어요.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사회의 무관심과 방관,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요. 그래서 극장을 나서는 길이 단순히 무섭다기보다 묵직하게 남아요. 극장보단 집에 와서 불 끄고 나서 더 생각나는, 그런 ‘뒤늦게 오는 공포’가 진짜 이 영화의 파괴력이었어요.